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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른 아침 동정호
섬진강 곁을 따라 악양 땅에 들어서면 근사한 풍광이 눈에 들어옵니다. 형제봉과 칠성봉이 팔을 벌려 하늘과 땅의 경계를 나누고 구름 아래로 후덕하게 만든 악양입니다. 한두 발 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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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 넘치는 시장
구례 장에 가서 채소전을 돌아다녔습니다. “이거 노지 오이네! 얼마예요” “그거 잘 생긴 것 골라 천 원요.”기웃거리다 저도 끼어들었습니다. “저 아줌마가 좋은 걸 골랐으니 나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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노고단의 선물
이른 새벽길을 나서 노고단에 올랐습니다. 구름안개 뒤덮인 산길이 제법 운치가 있어 걸음걸음이 행복했습니다. 고요한 안개 속에 빠지니 생각이 많아집니다. 대책 없이 일어나는 생각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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파도 막아주는 ‘친구’
길동무가 주위에 많으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. 시간 따라 흐르는 길에는 굴곡이 있게 마련입니다. 사랑하고, 미워하고, 기뻐하고,슬퍼하는 시간을 같이 보낸 것만으로도 그들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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쨍하고 해뜬 날
모처럼 햇빛이 났습니다. 지난 밤엔 바람도 어지간히 불어 습한 공기마저 사라졌습니다. 쨍한 날입니다. 요 며칠 내내 비구름에 눌려 처져 있던 마음이 밝아졌습니다. 햇빛을 받으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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계곡의 요란함
산에 사는 즐거움 중 하나는 내 앞에 펼쳐지는 ‘변화’를 쉽게 느끼고, 그 변화에 맞추어 ‘바쁘게’ 살아갈 수 있는 겁니다. 세상에 무더위가 가득하니 장맛비가 세상을 식혀주는 것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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피아골
예년보다 한 달 이른 불볕더위가 강력했습니다. 매실 밭일을 어지간히 끝내긴 했지만 집 주변 잡초들은 밀림 수준인지라 풀베기를 마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. 해 뜨기 전에 조금 일해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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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빠진 ‘슬로 시티’
‘슬로 시티’ 악양은 몹시 바쁩니다. 모내기를 끝내기가 무섭게 매실을 따기 바쁘고, 감나무에 약 치기 바쁩니다. 들판이나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‘느린 마을’ 걸음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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KAL기 사건 김현희 15년 만의 외출
북한에서 27년, 남한에서 23년을 살았다. 어느덧 세월의 무게가 엇비슷해졌다. 북한 사투리와 억양이 언제부턴가 다시 나오기 시작하더란다. 사람들이 물으면 강원도나 연변이 고향이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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세상을 넓게 보는 법
스스로 부끄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옳음을 찾은 겁니다. 스스로 옳고 그름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세상을 안 겁니다. 막힘 없이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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황금벌판을 꿈꾸며
조용하고 편안해 보이는 들판에 섰습니다. 한자리에 서서 360도 돌아본 모습은 이렇습니다. 익은 밀은 자랑스레 고개를 세우고, 보리는 다소곳이 고개 숙여 바람을 탑니다. 논 한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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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림자 연못
숲 깊은 곳, 작은 연못. 칠불사 영지(影池)입니다. 오래전 세월의 사연을 품고 있습니다. 칠불사 들어가는 어귀에 있습니다.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했다 하여 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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녹색의 살랑거림
형제봉 중턱에 살면서 형제봉 정상에는 1년에 고작 두세 번 오릅니다. 그마저도 집에서부터 걸어 오르기보다는 산 아랫길로 돌아 부춘골, 패러글라이더장까지는 차를 타고 가서 오르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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Summer Vacation 국내외캠프 특집 - 멘토와 함께하는 영어의 신 필리핀 캠프
입학사정관제의 도입으로 입시가 다변화되고 있다. 학업뿐만 아니라 각종 포트폴리오도 챙겨야 한다. 이를 위해 여름방학 캠프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. 단순한 어학공부만이 아닌 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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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푸르게 사세요”
비가 며칠 동안 하염없이 내렸습니다. 여름비 신고식치고는 강했습니다. 줄기차게 내리는 축복(?) 속에 어버이날 행사가 열렸습니다. 행사를 진행하는 ‘악양청년회’ 친구들은 여름비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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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책꽂이] editorial 外
문학·예술 ◆editorial(이건수 지음, 북노마드, 340쪽, 1만6800원)=미술전문지 월간미술 편집장이 1997년 4월부터2001년 4월까지 169개월간 쓴 후기와 에디토리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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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람과 바위
바람 드센 날, 바람이 더 드센 섬진강 변의 좁은 흙길을 바람 맞받아가며 걸었습니다. 모자 푹 눌러쓰고, 윗도리 깃 바짝 세우고, 더러 옷깃에 얼굴 돌려 숨겨가며 한 걸음 한 걸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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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REVIEW
안도 다다오저자 안도 다다오역자 송태욱출판사 미메시스 가격 2만5000원프리츠커상, 칼스베르크 건축상, 프리미엄 임페리알레상, 교토상을 모두 수상한 유일한 건축가 안도 다다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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농사 시~작
떨어진 꽃잎도 바람에 쓸려 다들 어디론가 사라진 지 오랩니다. 들판의 보리이삭이 어느덧 패어 바람결에 슬렁슬렁 흔들립니다. 꽃놀이패의 아우성은 멀어지고 들판의 아우성이 농부의 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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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우리는 하동댁”
‘하나 되게 따뜻하게 위대하게 역시 하동!’ 표어를 달고 제27회 하동 군민의 날 행사가 열렸습니다. 죽어라 달리고, 힘껏 던지고, 함께 당기고, 순간 들어올리고, 정신 없이 뒹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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섬진강 밤 벚꽃놀이
섬진강을 끼고 도는 19번 국도는 요즘이 1년 중 가장 바쁩니다. 전국에서 모여든 차들로 꽉 찬 하루하루를 힘겹게 지냅니다. 20분 남짓 걸리는 하동 입구에서 쌍계사까지 6시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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MY LIFE 추천도서
『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』코너 우드먼, 갤리온, 1만3800원 경제학 이론으로 무장한 억대 연봉의 전직 애널리스트가 6개월 동안 4대륙 15개국을 여행하며 물건을 사고팔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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멀어지는 매화향
늙은 매화를 찾아 헤매었습니다. 산중생활 십 년이 넘다 보니 작대기 같은 매화 묘목도 제법 굵고 검은 가지에 흰 매화를 매달게 되었습니다. 그러나 매화가 지고 난 후 매실을 쉽게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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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물 캐는 사연
할 일이 있어도 걸핏하면 팽개치고 들판을 가는 버릇이 생겼습니다. 봄볕이 그러라고 부추깁니다. 멀리 보리밭둑에 빨간 바구니가 먼저 눈에 띄더니 밭둑에 앉은 할머니도 함께 보입니다